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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소아완화의료 기반 정책

by treasure-bb 2025. 4. 16.

 

영국의 보건의료 체계인 NHS는 소아완화의료 분야에서도 선진적인 정책과 체계적인 모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NHS가 소아완화의료를 어떻게 정의하고 제공하고 있는지, 지역사회 및 병원 기반의 서비스가 어떻게 연계되어 운영되는지, 그리고 정부 차원의 정책 및 지원체계는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를 전문적인 관점에서 깊이 있게 분석한다.
 

영국 소아완화의료

영국의 소아완화의료: 공공의료 시스템 속 특별한 배려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공공의료 시스템으로, 보편적 건강보장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이 속에서 소아완화의료(Pediatric Palliative Care, PPC)는 단지 말기 환자에 대한 돌봄을 넘어서, 생명을 위협받는 질환을 앓는 아동과 그 가족에게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 지지를 제공하는 포괄적 접근을 지향한다. NHS는 WHO의 정의에 입각하여, 소아완화의료를 조기 진단 시점부터 시작되는 치료 연계형 모델로 수용하고 있으며, 단순히 병원에서의 치료에 국한되지 않고 가정, 지역사회, 학교 등 아동이 일상을 보내는 다양한 환경에서 통합적인 지원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영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소아완화의료에 대한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2008년 발표된 ‘Better Care: Better Lives’ 전략은 지역 간 서비스 편차 해소와 통합 돌봄 체계 강화를 목표로 하여, 소아 및 청소년 환자를 위한 완화의료 접근성을 크게 개선하였다. 이 전략은 이후 각 지역 NHS 트러스트와 비영리단체, 그리고 지역 사회단체들이 협력하여 다양한 실행 모델을 창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영국 정부는 소아완화의료를 아동 권리와 삶의 질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아동 본인의 의사결정 참여와 가족 중심 돌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영국 NHS는 의료 전문가, 사회복지사, 심리상담가,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을 중심으로 한 다학제 팀(Multidisciplinary Team)을 구성하여 환자 개별의 상황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Hospice at Home' 프로그램이나 지역사회 기반 호스피스 시설은 영국 소아완화의료의 독특한 모델로, 병원 입원이 아닌 익숙한 공간에서의 돌봄을 가능케 한다. 본 글에서는 이와 같은 NHS의 소아완화의료 정책과 서비스 모델을 중심으로 영국 사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NHS의 소아완화의료 정책과 실행 모델

영국의 소아완화의료 정책은 중앙정부의 전략 수립과 지역 NHS 조직의 자율적인 실행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핵심 정책 문서인 ‘Together for Short Lives’와 ‘End of Life Care Strategy’는 소아환자의 생애 전반을 포괄하는 완화의료 지원을 지향하며, 이 과정에서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와 표준화된 접근법 확산을 중요하게 다룬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순히 의료 서비스 제공을 넘어, 돌봄 가족에 대한 휴식 제공(Respite Care), 심리사회적 지원, 교육 상담까지 포함하여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른다.
NHS의 실행 모델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전문 병원 기반 완화의료팀이다. 이들은 중증 희귀 질환이나 암을 앓고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진단 초기부터 통합적 치료계획에 따라 완화의료 서비스를 병행하며 제공한다. 둘째는 지역사회 중심의 호스피스 및 방문서비스다. 'Hospice at Home' 프로그램은 생명을 위협받는 아동이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델로, 지역 비영리 기관과 NHS가 협력하여 운영한다. 셋째는 학교 및 지역기관과의 연계 지원이다. 소아완화의료를 받는 아동의 학업권과 사회적 참여권을 보호하기 위해 교육기관,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들이 긴밀하게 협력한다.
영국에서는 특히 자선 기반의 호스피스 운영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기관인 Helen & Douglas House, Rainbows Hospice, EACH(East Anglia’s Children’s Hospices) 등은 NHS와 계약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독립적으로 기부 기반의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숙련된 간호사와 전문의료진을 바탕으로 높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말기 돌봄뿐 아니라 가족의 사별 이후까지 지속적인 정서 지원을 이어간다.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Electronic Palliative Care Coordination Systems(ePaCCs)’를 통해 의료진 간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가능하며, 환자 중심의 돌봄 계획 수립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영국의 소아완화의료는 공공성과 전문성, 지역성과 유연성을 결합한 복합 모델로서, 타국의 참고 모델로도 자주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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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완화의료

선진국형 공공모델로서의 시사점

영국 NHS의 소아완화의료 체계는 단지 말기 질환 환자를 돌보는 데에 국한되지 않고, 생명과 삶의 질을 동시에 고려한 복합적 돌봄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모델은 국가 차원의 정책 추진력과 지역사회의 자율성,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협업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다른 국가들이 자체적인 시스템을 설계할 때에도 매우 유용한 레퍼런스가 된다.
특히 ‘Hospice at Home’과 같은 지역사회 중심의 접근은 시설 부족, 병원 과밀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타국에 유연한 대안으로써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한 NHS가 중심이 되어 운영하면서도 민간 및 자선단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재정과 서비스 질을 동시에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공공의료의 지속 가능성 문제를 고민하는 다른 국가들에 현실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소아의 삶을 단순히 ‘생존’이 아닌 ‘삶의 질’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며, 교육, 정서, 가족 역량 강화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는 WHO가 강조하는 포괄적 완화의료 모델의 이상을 실제로 실행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영국 NHS의 정책은 기술적 혁신뿐만 아니라 윤리적·철학적 측면에서도 선진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보건의료 시스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향후 영국은 디지털 헬스 기술 확대, 정책 표준화, 인력 양성 등을 통해 소아완화의료의 질과 접근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전망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아동의 권리와 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